소설이란 무엇일까요?
소설이 있다면 대설도 있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대설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대설이란 사서삼경과 같이 진중하고 근엄한 글들, 잡된 이야기가 섞이지 않은 글을 의미했습니다. 그에 반하여 소설은 꾸며내고 지어낸 소소한 이야기들을 의미했죠. 하지만 오늘날 소설은 픽션(fiction)이라고도 불리며 출판물을 구분하는 단위로 쓰이고 있으며, 위력 있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시대와 사회가 변하며 소설의 의미는 다양하게 변화했습니다. 과거, 동양에서 소설은 긍정적으로 인식되지 않았는데요. 중국 후한 시대의 역사가 ‘반고’의 <후한 예문지>에서는 “소설가는 대개 폐관에서 나온 것으로 길거리에 떠도는 이야기, 항간에 여러 사람의 입을 떠도는 말들을 모아 만든 것이 소설이다.”라고 소설을 정의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은 소설의 속성을 일부분 설명해 주고는 있지만 아직 근대적인 의미의 소설은 아닙니다.

1) 소설의 정의
‘재미있게 꾸며낸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정의는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문학 이론가 사무엘 존슨은 그가 편찬한 영어사전에서 소설을 “대체로 연애를 우습고 재미있게 그린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필딩은 흥미를 일으키는 글을 통해 감화와 카타르시스를 도출해 내는 것이라고 소설을 정의했습니다. “소설을 감화력이 강한 점에서 그리고 진실한 점에서 제1위다. 소설은 독자를 도그마라는 대지 위에다 바늘로 꽂아놓지 않는다. 소설은 절대로 잊어버려도 될 좋을 그런 일을 알리지 않는다. 소설은 인생의 교과를 되풀이해 주고 정리해 주며 정화시켜준다.”
소설의 외형이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소설의 내면은 인생의 표현이자 인간성의 탐구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이러한 측면에서의 정의는 많습니다. “소설은 인생의 서사시이다.”(R.G.Moulton) “소설은 실생활과 풍습과 그것이 쓰인 시대의 그림이다.”(Clara Reeve)
즉, “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인생과 역사를 표현하는 산문문학이며 그것을 허구적인 세계로 표현해 감동과 진실을 확대하는 창작문학”, “개연성 있는 허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소설의 발달 과정
소설의 처음 모습은 어떠하고, 그것이 어떻게 오늘의 모습을 이루게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야기 문학의 측면에서 서양의 소설 발달 과정을 보면 신화 → 서사시 → 로망 → 소설 순으로 뿌리를 확장해 갔습니다.

2-1. 신화
현대에 우리가 말하는 신화는 신화 체계 속에 있는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신화는 원래 이야기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스어로 ‘미토스’(mythos)는 사실이든 거짓이든 어떤 이야기나 구성(플롯)을 의미했죠.
잠깐, 신화 체계란. 어느 특정한 문화 집단에 의해서 사실로 믿어지고, 세계의 존재 이유와 생명 각각의 존재 이유, 행동 이유를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도와 행동으로 설명하는 이야기 체계를 말합니다.
- 주인공이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인간일 경우 → 전설
- 조직적인 신화 체계의 일부분이 아닐 경우 → 민담
신화는 인류의 원초적 사고와 심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인 만큼 여러 문학의 원형을 신화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2-2. 서사시
서사시는 시로 쓴 이야기로 국가나 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는 영웅적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신화의 주인공이 신이라면 서사시의 주인공은 신에 버금가는 영웅인 것이죠. 그리하여 서사시는 대체로 공동체 운명론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 서양의 서사시
그리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앵글로 색슨족의 <베어울프>가 이에 속합니다.
- 제2차적 서사시
전통적인 서사시의 형식을 모방하고 기교를 더해 새롭게 창작한 것을 문학적 서사시, 제2차적 서사시라고 합니다. 로마의 <아네이드>가 여기 속하는데,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직간접적으로 모방하고 있으며, 이후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의 핵심적인 표본이 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서사시
우리나라의 서사시, 영웅시로는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동명성왕의 서사시 <동명왕편>,
조선조 세종 때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되어 태조의 왕업을 운문으로 지은 <용비어천가>를 들 수 있습니다.
서사시 또한 신화처럼 소설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2-3. 로망, 노벨
로망과 노벨은 모두 소설을 가리키는 말로 장편소설을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소설의 명칭을 로망이라고 하고 영미에서는 노벨이라고 하는데요. 그 뿌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 로망
중세기 로망스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로망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구에서 사용되던 라틴어의 방언인 로망으로 써진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당시 라틴어는 귀족, 지식인, 승려 계급들이 썼는데요. 민중들은 어려운 정식 문서 대신 자기 지방의 말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로망은 이야기 중에서도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 민중의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주로 환상적인 연애담, 기사의 무용담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아더왕의 전설> <살르망 이야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는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이 로망스의 성격에 해당하는데요. 양반들이 쓰던 언문 대신에 평민의 언어로 쓴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 노벨
이탈리아어의 노벨라에서 온 말입니다. new와 같은 어원으로 ‘새로움’이라는 뜻을 지니는데요. 즉, 노벨은 새로운 소설이라는 뜻입니다. 중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이야기 형식인 노벨라가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된 건데요. 노벨은 로망보다 새롭고 본격적인 소설로서의 인식을 갖게 됩니다.
모험 소설, 환상적 유토피아 등을 그렸던 로망에서 현실적인 삶을 표현한 순문학, 본격문학으로서 노벨을 분리하고자 한 영국문학의 의지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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